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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진 전 국회의원 보좌관) |
내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보수' 라는 정치적 정체성을 선택했던
매우 근본적인 원인 중에는 바로 극단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세상을 이분법과 선악의 논리로 판단하고 구분하는 획일적인
세계관은 어린 나에게 폭력으로 느껴졌고, 역사를 평면적으로
이해하고 서술하는 단순성은 무식해보였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가난과 학대 속에서 어렵게 자라신 나의
외할머니는 세상 누구보다도 '일제놈들'이라고 하면 치를 떨며
혐오하셨던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우리가 잘 먹고
잘 살려면 일본 사람들한테 배울 게 많다"고 말씀하시던 그 모습이
나는 '온건'의 표본이라고 여겼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번영과 민주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는 '민주화'라는 하나의 가치와 척도로만 세상을
운영해나가겠다는 이들이 기본적으로 위험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다름과 포용을 전제하는 자유주의를 신봉했고, 자유주의
위에 다른 이념적 가치를 놓으려는 그 어떤 세력도 인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서글픈 것은, 극단에 대한 거부감이 또 다른 극단을 부추기는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점차 Moderates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것 같아 매우 걱정이다.
극단이 싫던 내가 또 다른 극단을 우려하게 되는 것이 몹시 씁쓸하고 우울하다.